(내외방송=임동현 기자) 타 매체에서 음식 관련 칼럼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음식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바로 그 때였죠. 첫 음식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들렀던 곳이 동대문에 있는 한 콩나물밥 집이었습니다. 3,000원에 콩나물밥을 팔던 식당이었죠. 콩나물밥에 양념장을 넣고 비벼먹으니 정말 말 그대로 '꿀맛'이었습니다. 같이 나오던 된장국의 맛도 좋았죠. 그렇게 콩나물밥 이야기로 음식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게 바로 이맘때였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음식 이야기를 하지만 요즘은 정말 먹는 이야기를 하기가 이전만큼 편하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이 올라버린 가격 때문이죠. 한때 천원 한 장이면 먹을 수 있었던 김밥이 어느새 3,000원을 넘겼습니다. 김밥도 이제 '금밥'이 됐습니다. 칼국수는 9,000원, 냉면은 1만원을 내야 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과 하나가 5,000원이 되고 채소값도 올라 족발집에서 쌈채소도 마음껏 먹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돈 앞에서 '먹는 즐거움'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저렴하게 배를 채워주던 콩나물밥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음식에 비하면 여전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동대문의 경우 4,000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콩나물밥에게 '버텨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해야할 것만 같습니다. 주머니 가벼운 우리 입장에서, 편의점만 드나들기에는 너무나 고단한 우리 입장에서 이 음식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벌써 2024년의 3분의 1이 지나갑니다. 어제 새해를 맞은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문득 처음 음식 이야기를 쓰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봄을 맞아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음식 이야기를 처음 쓰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달라지는 게 별거인가?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처음 글을 쓰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보자' 그 마음으로 이 봄, 다시 콩나물밥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아마 이 봄을 기점으로 음식 이야기도, 그리고 내외방송도 새로운 모습을 점점 보여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알리기 위해 '콩나물밥'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모처럼 그 때 그 콩나물밥 집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과거 전태일 열사가 좋아했다는 그 콩나물밥. 여전히 서민의 한 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콩나물밥의 맛을 다시, 얼른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