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연을 사랑하고 지혜로웠던 그들, 우리는 '야만인'으로 여겼다
[문화산책] 자연을 사랑하고 지혜로웠던 그들, 우리는 '야만인'으로 여겼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7.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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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나바호족의 '족장 덮개'. (사진=임동현 기자)
나바호족의 '족장 덮개'.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금의 북미 대륙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던 사람들, 자연을 사랑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던 순박한 사람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인디언'이라는 이름으로 다 합쳐버렸다. 서부 영화에서 이들은 야만스런 존재, 평화롭게 살아가는 백인들을 해치는 존재로 다루어졌고 이 인디언들을 처치하는 카우보이들에게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캠핑장의 텐트, 깃털 모자, 과자 이름으로 우리에게 남았던 이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들을 '북미 원주민'이라 불러야할 것이다. 지금 미국 대륙의 원래 주인은 바로 자연을 사랑했고 지혜로웠던 이들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인디언'은 이제 인종 차별의 의미가 담긴 단어가 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최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바뀐 것도 바로 인종 차별 요소가 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치부했던 북미 원주민들, 이들이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북미 원주민의 과거부터 현대까지의 문화와 예술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전시다. 이 전시를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미국 덴버박물관은 미국에서 북미 원주민을 수집한 최초의 박물관이며 관련 소장품만 1만 8,000여점을 가지고 있다. 

콰콰케와크족 원주민 '구리 방패 깨뜨리기 의식에 사용된 기둥'. (사진=임동현 기자)
콰콰케와크족 원주민 '구리 방패 깨뜨리기 의식에 사용된 기둥'. (사진=임동현 기자)

이 전시는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151점의 전시품을 통해 이들이 과거에 사라진 존재가 아니라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사실 우리가 '인디언'이라고 통칭했던 북미 원주민들은 무려 570여 개의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쪽 알래스카부터 남쪽 뉴멕시코까지 광활한 대륙에서 살아왔으며 각 부족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인디언'이라는 말은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 곳을 인도로 착각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롭게 알아야하고 새롭게 만나야하는 이들이 바로 북미 원주민들이다. 그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기도 하다.

전시의 시작은 '아기 요람'이다. 요람은 얼굴만 내놓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원주민 공동체에게 아이들은 가장 중요한 존재고 이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생은 자연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갓난아이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고 눈, 코, 입으로 자연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여기서부터 원주민들이 자연과 인간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했는지가 나오게 된다.

카이오와족 원주민 추정 '아기를 위한 요람'. (사진=임동현 기자)
카이오와족 원주민 추정 '아기를 위한 요람'. (사진=임동현 기자)

다양한 형태의 집들과 옷, 그릇, 그림, 의식 도구 등은 모두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일상, 예술, 종교가 모두 하나였다. 그렇기에 이들의 일상용품은 하나의 예술품이 됐고 이는 자신들의 생각을 담아낸 하나의 상징이 됐다. 또한 이들의 문화가 현재의 미국 문화와 연결되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일례로 나바호족이 즐겨 사용한 '줄무늬'를 보면 어느 순간 미국 성조기의 줄무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이를 이용해 미국 성조기를 집어넣어 만든 관광 상품도 있다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 '핀스트라이프'가 생각나기도 한다. 줄무늬가 미국의 상징적인 요소가 된 이유가 어렴풋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또 전시물들을 보면 '원'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바로 세상 모든 존재들의 관계와 연결을 표현한 것이 둥그런 원이었다. 북미 대평원 원주민들이 나누는 인사인 '미타쿠예 오야신'은 바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집도, 그릇도, 요람도 모두 둥글다. 비록 서로의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이들은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평원 부족의 집 '티피'. (사진=임동현 기자)
대평원 부족의 집 '티피'. (사진=임동현 기자)

하지만 북미 원주민의 평화는 콜럼버스의 북미 대륙 발견과 유럽 이주민의 유입, 그리고 '골드 러쉬'로 대표되는 서부 개척시대를 맞이하면서 무참하게 깨지기 시작한다. 원주민들이 신성시여기는 들소를 총으로 쏘아 죽이고 '개척'이라는 이유로 원주민들을 내쫓고 죽인다. 평화로운 공존을 생각했던 원주민들은 그렇게 사라져갔고 어느 순간 원주민들은 '야만인'이라는 의식이 만들어졌다.

에드워드 커티스의 사진은 북미 원주민들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지만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연출을 했다는 점 때문에 원주민들을 고정관념에 묶이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전시는 원주민들이 겪는 사건들과 이를 표현한 각종 예술작품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 프리츠 숄더의 <인디언의 힘>을 만나게 된다. 말 위에서 주먹을 하늘 위로 올리며 전진하는 북미 원주민의 모습. 끝까지 살아남아 전진하겠다는 북미 원주민의 무언의 포효로 전시가 끝이 난다. 이제 이곳에는 인디언은 없다. 지혜롭고 강인한 북미 원주민이 있을 뿐이다.

프리츠 숄더 '인디언의 힘'. (사진=임동현 기자)
프리츠 숄더 '인디언의 힘'. (사진=임동현 기자)

이 전시는 전시물도 중요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원주민들의 지혜가 담긴 격언들을 눈여겨봐야한다. 전시장 곳곳에는 격언들이 적혀있고 가수 양희은의 목소리로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우는 것을 두려워말라. 소리내어 울 줄 아는 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생각했다니. 절로 반성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감성을 깨우는 이야기들. 이 전시에서 절대 놓치면 안되는 포인트다.

"내 뒤에서 걷지 마라, 내가 이끌 수 없을지도 몰라. 내 앞에서 걷지 마라, 나는 따를 수 없을지도 몰라. 내 옆에서 걸어라, 우리 하나가 될 수 있을 테니".(유트족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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