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의 산과 들이 펼쳐진 ‘선비들의 고향’
함양의 산과 들이 펼쳐진 ‘선비들의 고향’
  • 이건웅 서일대학교 미디어출판학과 교수
  • 승인 2024.07.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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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④ 함양 남계서원

2019년 6월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은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곳으로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이름이 높은 서원들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세계유산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 시설의 한 유형으로,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까지 향촌 지식인인 사림에 의해 건립되었다. 이 유산은 교육을 기초로 형성된 성리학에 기반한 한국 사회 전통문화의 산증거들이다.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은 동아시아 성리학 사립교육기관의 한 유형인 서원은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이를 보다 더 발전시켜 한국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조선 시대 교육기관은 향교와 서원이 있었는데, 성균관이나 지역의 향교가 공립교육기관이었다면 서원은 사립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한국의 서원 9곳은 가장 완비된 형태로 지금까지 400여 년 전승되어 온 제향의례, 서원이 자리 잡은 위치와 배치 공간의 탁월함, 유산 보존의 온전함, 각 서원이 행하는 지역문화 활동의 중심 역할, 다양한 도서와 책판, 고문서의 소장 전수, 서원 건물의 성격과 이해를 위한 안내 역할을 하는 현판과 기문 등은 서원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보여준다. 이에 ‘한국의 서원’ 9곳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남계서원. (사진=이건웅)
정면에서 바라본 남계서원. (사진=이건웅)

함양 남계서원

남계서원이 있는 함양군 수양면은 경상남도에서 가장 인구수가 적은 대표적인 인구 소멸지역이다. 2019년 2월 인구수 4만 명대가 무너졌고, 2023년 현재, 세대수는 20,840명이고 35,549명이며, 남성은 7,602명, 여성은 8,134명에 불과해 옛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함양군 수양면에 있는 남계마을은 남계서원이 설립되면서 생긴 마을이다. 남계마을에는 77명이 살고 있고 38세대만이 남아 있다. 16세기에 강개암 선생이 이 마을에 일두 정여창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 후학들을 양성하고자 남계서원을 세운 뒤 서원을 보살필 하인들이 기거할 집이 서원 주위에 들어서면서 마을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후 남원 양씨, 하동 정씨가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남계서원의 명칭에 따라 ‘남계’라 불렸다. 현재 남계, 세바위, 동안 등 세 개의 마을을 합해 상원마을이라고도 한다. 또한, 마을에는 탁영 김일손을 봉안한 청계서원이 세워져 있는 마을로 군내 6개 서원 중 두 개의 서원이 있는 마을이다. 쇠바우, 구시바우, 맞바우라는 바위가 있고 성주골, 빈수터골, 소매골, 고리안 등의 골짜기와 참새미라는 우물이 있다.

남계서원에서 바라본 한양. (사진=이건웅)
남계서원에서 바라본 함양. (사진=이건웅)

남계서원도 주희의 무희구곡에 준하진 않지만, ‘연화부수형’이라는 풍수지리의 기본을 중시해 입지를 선정했다. 

남계서원은 시내 이름 ‘남계천( 溪川)’뿐만 아니라 ‘백암산(白巖山)’, ‘연화산(蓮花山)’, ‘수동면(水東面)’, ‘원평리(院坪里)’ 등의 주변 지명이 모두 물과 산, 들에 관련된다. 남계서원은 주변에 산이 둘러싸고 앞으로 물이 흘러가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풍수형국에 입지해 뒤에는 산을 멀리 보이고, 먼 들판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 

남계서원 문루 풍영루(風詠樓)에 오르면 앞 들판을 흐르는 남계천과 백암산이 보인다. 남계서원의 내부 공간은 전저후고 지형을 활용하고 있다. 문루 풍영루 안쪽에는 ‘준도문(遵道門)’ 현판이 걸려있다. 풍영루는 1841년(현종 7)에 건립했으나, 1847년 소실되어 1849년에 중수하였다. 

문루인 풍영루의 정면에 ‘남계서원’ 현판이 걸려있고, 문루 2층 안쪽에 강당 방면으로 ‘준도문’ 현판이 걸려있다. ‘준도문’ 현판을 문루 아래에 달린 이유는 아래의 『풍영누기』내용 중에 옛것을 현재에 활용하고, 선현의 유적을 유지하려는 뜻이라고 한다.

강학공간 명성당(明誠堂)과 동·서재를 가운데 두고, 앞에는 유식공간인 문루 풍영루(風咏樓)를 세우고, 뒤에는 제사 공간인 사당을 배치했다. 강학 공간 아래편에 좌우로 연당(蓮塘)이 배치되어 있다. 

강당 명성당. 명성당 추녀 아래에 ‘남계’와 ‘서원’의 두 글자씩 편액이 걸려 있고, 강당 뒤쪽에 ‘명성당’ 편액도 보인다. (사진=이건웅)
강당 명성당. 명성당 추녀 아래에 ‘남계’와 ‘서원’의 두 글자씩 편액이 걸려 있고, 강당 뒤쪽에 ‘명성당’ 편액도 보인다. (사진=이건웅)
가운데 강당으로 사용한 명성당이고, 동재·서재가 죄우 대칭을 이룬다. 왼쪽에 1779년 세운 묘정비이다. 오른쪽은 동재인 양정재. (사진=이건웅)
가운데 강당으로 사용한 명성당이고, 동재·서재가 죄우 대칭을 이룬다. 왼쪽에 1779년 세운 묘정비이다. 오른쪽은 동재인 양정재. (사진=이건웅)

남계서원은 남아 있는 서원 중에도 규모가 크고 잘 보존되어 있어 찾는 이가 많은 서원이다. 남계서원의 강당은 4칸이며 동·서재는 2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일반적인 서원 강당은 5칸이고 동·서재는 3칸인데, 1칸씩 작은 구조로 되어 있다. 외삼문과 강당을 연결하는 축과 강당과 사당을 연결하는 축이 일치하지 않는다. 문루를 통과한 진입 축은 강당의 가운데로 이어지나 강당과 사당의 연결 축은 강당의 가운데가 아니라 4칸의 강당 중 동쪽 1칸으로 연결되게 배치했다. 

남계서원의 특이한 구성은 동·서재인 양정재(養正齋)와 보인재(輔仁齋)에 딸린 마루인 애련헌(愛蓮軒)과 영매헌(詠梅軒)이다. 남계서원의 재실은 온돌방 1칸, 마루 1칸 규모로 강당 쪽의 온돌방 1칸은 마당 위에 있고 문루 쪽의 마루 1칸은 마당에서 벗어나 누마루 형식을 갖는다.

함양군 수동면 원평리 소재한 남계서원은 조선 명종 7년(1552)에 개암 강익(姜翼)이 문헌공 정여창(鄭汝昌)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한 서원이다. 서원으로서는 백운동서원(소수서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사액된 서원으로 명종 21년(1566)에 사액서원이 된다. 숙종 3년(1677)에 문간공 정온(鄭蘊)을 배향하고 숙종 15년(1689)에 강익을 배향한다. 별사에 뇌계 유호인(兪好仁)과 송난 정홍서(鄭弘緖)를 배향하였다가 고종 5년(1868)에 별사를 훼철했다. 2019년 7월 6일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에서 함양 남계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최종 등재되었다. 

(사진=이건웅)
(사진=이건웅)

함양선비문화탐방로와 한옥스테이

함양군에는 함양선비문화탐방로가 있으나 남계서원과 약 15㎞나 떨어져 연계성이 떨어진다. 주변의 인문경관과 연계는 중요하고, 함양선비문화탐방로를 찾은 관광객이 남계서원까지 방문할 방안은 필요하다. 특히, 함양에 분포한 마을들은 모두 남강천이 굳이 흐르는 방향에 운집해 있기 때문에 남강천 수변 경로가 매우 중요하다. 남계서원과 함양선비탐방로가 15㎞나 떨어져 있으나 남강천에 따라 위치한다는 공통분모는 있다. 

함양선비문화탐방로는 제1코스와 제2코로 나뉘고 총길이는 10.2㎞로 걸어서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농월정을 기준으로 동서로 나뉘는데, 농월정은 ‘달을 희롱하는’, ‘달을 마음 먹은 대로 다루는 누정’이라는 의미다. 화강암을 따라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보름달이 뜬 밤, 계곡물에 비친 달과 선비들이 술잔을 나누던 곳이다. 

함양선비문화탐방로 제1코스는 ‘정자탐방로’라고도 부르고, 함양선비문화탐방로 제2코스는 ‘선비탐방로’라고 부른다. ‘선비탐방로’의 상세한 코스는 다음과 같다. 

○ 함양선비문화탐방로 제1코스(약 6.1㎞, 약 2시간)
선비문화관→영귀정→다곡교→동호정→호성마을→람천동→황암사→농월정

○ 함양선비문화탐방로 제2코스(약 4.1㎞, 약 1시간 30분)
농월정→월림마을→구로정→점풍경→오리숲→광풍루

남계서원 인근에는 서원이 많은데, 대표적인 청계서원(거리 1.2㎞), 송호서원(12㎞), 화산서원(3.5㎞)이 있고, 남계서원을 중심으로 매년 2월과 8월 중정일(中丁日)에 선성(先聖)과 선현(先賢)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유교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매년 제향 봉행 전 전통 제례 행사를 개최하여 잊혀져가는 제례문화를 복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함양에는 사찰도 많은데, 용추사, 영원사, 영각사, 보림사, 벽송사, 안국사, 서암석불, 금대암 등이 있다. 

‘2022 함양 남계서원 미디어아트 쇼!’는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남계서원과 첨단 미디어·디지털·IT 기술을 접목한 야간 콘텐츠. (사진=이건웅)
‘2022 함양 남계서원 미디어아트 쇼!’는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남계서원과 첨단 미디어·디지털·IT 기술을 접목한 야간 콘텐츠. (사진=이건웅)

남계서원에는 한옥스테이를 할 수 있는데, 약 200m 떨어져 있는 남계-일로당 한옥스테이에서 가능하다. 남계일로당한옥스테이는 함양군 수동면 효리마을에 있는 일로당 양관 선생의 종택이다. 일로당 종택은 2010년 복원사업을 시작해 2011년 완공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추억 쌓기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일로당은 매화관·난초관·국화관·대나무관 총 8개의 한옥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남계성원은 함양선비문화탐방로와 한옥스테이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문화재청, 경상남도, 함양군은 공동으로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2022년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미디어아트 행사를 진행했다. 이 사업은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이며, 수원화성, 고창 고인돌,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전국의 산재해 있는 세계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9개 서원 중에는 유일하게 남계서원만 참여했다. 

서원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웅장하고 몰입감 높은 미디어파사드와 레이저쇼 등을 연출했다. 문화재청 공모사업 선정으로 개최되는 ‘2022 함양 남계서원 미디어아트 쇼!’는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세계유산 남계서원과 첨단 미디어·디지털·IT 기술을 접목한 야간 콘텐츠다. 또한, 사단법인 남계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함양군이 후원하며 사단법인 남계서원이 주관하는 함양 지역문화 활력 촉진 지원사업인 ‘남계서원 인문학강좌 및 문화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남계서원은 인문학강좌와 문화체험이 강한 서원 중의 하나다. 

개평한옥문화체험휴양마을

개평이라는 지명은 두 개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 마을이 위치해 낄개(介)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일두고택, 풍천노씨 대종가, 노참판댁고가, 하동정씨 고가, 오담고택 등이 있으며, 100년이 넘은 오래된 역사를 지닌 한옥이 60여 채가 있다. 

개평한옥마을은 선비의 고향이었던 만큼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배경으로 KBS 대하드라마 <토지>와 MBC 드라마 <다모> 등의 촬영지로 활용됐고, 얼마 전 히트한 tvN의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김태리의 집안 배경으로 이 개평한옥마을이 촬영되기도 했다.

‘개평마을에 위치한 함양 일두고택으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애신아씨의 집으로 나왔다. (사진=이건웅)
‘개평마을에 위치한 함양 일두고택으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애신아씨의 집으로 나왔다. (사진=이건웅)

개평한옥마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일두고택으로 일두 정여창이 살았던 터에 후손들이 다시 지은 집이다. 대지 3,000평, 11개 동의 건물로 18세기에 개축된 사랑채를 제외하곤 대부분 건물이 16∼17세기에 건축됐다. 1984년에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가 됐다. 

이러한 개평한옥마을에 또 하나의 독특한 공간이 있는데 바로 솔송주 문화관이다. 경남무형문화재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시연하는 곳이다.

경남 함양군 함양연꽃의집 치유농업팀에서 2023년 10월 28일 함양군 지곡면 한옥마을인 개평마을에서 진행한 ‘사회적농업 & 개평할매와 함께하는 어울림 장터’에 동참했다. 이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농업, 경남·울산·제주 거점기관인 다온영농조합법인에서 주관했고, 농업회사법인 ‘호미랑’에서 진행했다.

함양연꽃의집은 4월 사회적치유농장 호미랑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함양연꽃의집 치유농업팀 ‘농벤저스’는 지곡농장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수확한 유기농 고구마와 함양연꽃의집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수제 레몬청을 판매하고, 함양연꽃의집 치유농업 활동을 지역주민들과 여행객들에게 소개했다. 

이건웅 서일대학교 미디어출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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